연말 예산 회의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검색 광고는 끊을 수 없어요. 그게 매출의 절반인데요.” 분기마다 ROAS는 조금씩 떨어지고 CPC는 올라가는데, 다음 분기에도 광고비는 또 늘어납니다. 멈추면 매출이 무너질까 두려워서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의 실증 연구와 2025년의 시장 데이터는 그 두려움의 상당 부분이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검색 광고 예산을 끊거나 대폭 줄인 브랜드들이 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메커니즘을 데이터와 사례로 풀어보려 합니다.
검색 광고가 만든 매출의 절반은 환상이었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실증 연구가 있습니다. 2015년 Tom Blake와 Chris Nosko, Steven Tadelis는 eBay와 함께 대규모 현장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eBay는 2012년 3월 Yahoo!와 Microsoft에서 브랜드 키워드 검색 광고를 완전히 중단했고, Google에서는 그대로 두어 대조군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라진 광고 클릭의 거의 전부가 자연검색(오가닉)으로 즉시 흡수되었고, 매출에는 의미 있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단순합니다. 브랜드 검색 광고의 60~80%는 비증분적입니다. 즉, 광고가 없었어도 발생했을 매출을 비싸게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우리 브랜드 이름을 검색한 사람은, 광고가 있든 없든 우리 사이트로 들어옵니다.
행동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자기선택 편향(self-selection bias)의 전형입니다.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구분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관점에서, 브랜드 검색은 이미 시스템 1이 결정을 내린 사용자의 행동입니다. 광고는 그 결정을 만든 것이 아니라, 결정 직전의 길목에 서서 통행세를 받고 있을 뿐입니다. Recast의 분석에 따르면 다수의 브랜드에서 브랜드 검색 광고는 측정된 ROAS와 실제 증분 ROAS 사이에 50% 이상의 격차를 보입니다.
물론 eBay 연구의 결론을 모든 브랜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Coviello 외 연구진이 2017년 Edmunds.com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에서는 약 절반의 클릭이 진짜 증분이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브랜드 규모, 카테고리 성숙도, 경쟁사 입찰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측정된 ROAS는 증분 ROAS와 다르며, 대개 후자가 훨씬 작습니다.
2025년, ROAS가 무너진 진짜 이유
지난해 시장 데이터는 더 결정적입니다. Triple Whale이 18,000개 이상의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Google Ads 전체 ROAS는 전년 대비 10.03% 하락한 3.68에 머물렀습니다. 14개 산업 중 13개에서 ROAS가 떨어졌고, 여행 액세서리(-21.10%), 헬스 & 웰니스(-15.64%), 가전(-11.45%)이 가장 가팔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CTR은 7.49% 상승했지만 CVR이 9.28%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광고 피로도가 아닙니다. 클릭은 늘었는데 사는 사람은 줄었다는 것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이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구글이 검색결과 상단에 AI Overviews를 배치하면서 “answer engine”에 가까워진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사용자는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정보를 얻고, 광고를 클릭하더라도 다시 비교 검토를 위해 빠져나갑니다.
Optmyzr의 Q1 2026 벤치마크 리포트는 한 발 더 나갑니다. 엔터프라이즈 계정의 평균 CPA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예산은 그대로인데 의미 있는 전환은 줄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광고비 한 푼당 얻을 수 있는 전환의 한계 생산성이 구조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검색 의도가 이동했다
더 큰 변화는 검색 자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기준 AI 검색 시장 점유율은 ChatGPT 60.7%, Google Gemini 15.0%, Microsoft Copilot 13.2%로 집계됩니다. Gartner는 2026년까지 전통 검색에서의 오가닉 트래픽이 25%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고, 일부 버티컬에서는 2028년까지 30~50% 감소가 예상됩니다. 검색의 60%가 이미 클릭 없이 답변 페이지에서 종결되고 있습니다(Search Engine Land, 2026).
그렇다고 매출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Semrush의 분석에 따르면 AI 검색에서 유입된 트래픽의 평균 전환율은 14.2%로, 구글 오가닉 트래픽의 2.8% 대비 약 5배 가까이 높습니다. 양이 줄어든 대신 질이 높아진 것입니다. AI가 답변에서 인용한 브랜드는 오가닉 클릭이 35%, 페이드 클릭은 91% 더 많이 발생합니다. 검색 광고로 트래픽을 사 모으는 시대가 끝나가는 자리에, “AI에 인용되는 콘텐츠”가 그 가치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보드리야르식으로 표현하면, 검색 결과 페이지는 점점 시뮬라크르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광고가 차지한 자리는 실제 정보가 아니라 정보의 모상이고, 사용자는 그 모상을 빠르게 우회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AI 답변은 그 우회의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검색 광고를 줄이고 매출이 오른 브랜드의 공통점
광고 의존도를 낮춘 브랜드들의 사례는 의외로 일관됩니다. DTC 브랜드 Parade는 유료 광고 지출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태에서 월 16만 건 이상의 오가닉 방문을 유지하고 있고, By Humankind도 풀 오가닉 전략으로 1만 건 이상의 검색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확보합니다. Glossier는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와 커뮤니티 중심 전략으로 광고비 의존 없이 10억 달러 브랜드를 만들었고, Notion은 템플릿과 사용 사례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구조로 검색 광고 없이 글로벌 점유율을 가져갔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콘텐츠 자산을 광고비처럼 운영합니다. 매월 사라지는 광고비 대신, 누적되어 자산이 되는 콘텐츠에 같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둘째, 커뮤니티가 디스커버리 채널 역할을 합니다. Discord, 슬랙 워크스페이스, 비공개 카카오 채널 같은 곳에서 기존 고객이 신규 고객을 데려옵니다. CAC가 거의 0에 수렴합니다. 셋째, PR과 협업 콘텐츠를 통해 AI에 인용되는 빈도를 의도적으로 높입니다.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는 이 작업의 새로운 이름이지만, 본질은 “기자가 인용하고 싶은 자료를 만드는” 전통 PR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 하나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헬스케어 카테고리의 한 자사몰을 맡았을 때, 처음 6개월은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매체에 예산의 80%를 쏟아부었습니다. CPC를 20% 가까이 낮추고 ROAS를 20%포인트 개선했지만, 분기가 끝날 때마다 다음 분기 예산은 더 늘려야 했습니다. 어느 시점에 깨달았습니다. 매출은 늘고 있었지만, 광고를 끄면 동시에 사라지는 구조의 매출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다음 분기에는 검색 광고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예산의 일부를 콘텐츠 SEO와 카카오 톡채널 운영으로 옮겼습니다. 시즌 감정 키워드를 반영한 메시지 캠페인 하나에서 ROAS가 3,000%대를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검색 광고가 가져가던 매출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다른 채널이 만들 수도 있었던 매출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경험은 더 흥미롭습니다. 작은 규모의 컨설팅 서비스를 운영할 때, 검색 광고를 한 번도 집행하지 않고 네이버 블로그 SEO와 카카오톡 상담 채널만으로 400건이 넘는 유료 상담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콘텐츠 한 편이 6개월, 1년이 지나도 새로운 리드를 가져왔습니다. 광고비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어치의 트래픽을, 콘텐츠 자산이 묵묵히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실무 적용: Incrementality 우선 예산 재편
검증되지 않은 채로 광고를 끄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음 네 단계를 추천드립니다.
1단계: 브랜드 검색 광고 일시 중단 테스트. 30일간 사용자의 30%에게 브랜드 키워드 광고 노출을 끄고, 자연검색 유입과 직접 매출의 변동을 측정합니다. eBay와 동일한 설계입니다. 매출 변동이 광고비 절감액보다 작다면, 영구 중단 또는 입찰가 대폭 하향이 정답입니다.
2단계: Geo-based Incrementality 테스트. 일부 지역에서 비브랜드 검색 광고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 4~6주 운영합니다. 매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면, 그 예산은 다른 채널이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3단계: 절감 예산의 50/30/20 재배분. 50%는 누적 자산이 되는 콘텐츠와 GEO 작업에, 30%는 커뮤니티/이메일/CRM 등 오너드 미디어에, 20%는 인플루언서·UGC 같은 신규 디스커버리 실험에 배치합니다.
4단계: 측정 체계 전환. ROAS 중심에서 블렌디드 CAC와 LTV/CAC 중심으로 옮깁니다. 채널별 ROAS는 자기선택 편향에 약하지만, 블렌디드 지표는 비즈니스 전체의 효율을 보여줍니다. MMM(Marketing Mix Modeling)을 도입할 여력이 있다면 더 좋고, 어렵다면 분기별 채널 ON/OFF 실험만 꾸준히 돌려도 충분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브랜드 검색 광고를 끄면 경쟁사가 우리 브랜드 키워드에 입찰해 트래픽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테고리에 따라 이 위험은 다르므로, 1단계 테스트 기간 동안 경쟁사 노출 점유율도 함께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또한 신생 브랜드는 인지도 자체가 부족하므로, eBay 같은 대형 브랜드의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됩니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비브랜드 키워드의 증분성은 더 클 수 있습니다.
결론
검색 광고를 옹호하든 비판하든, 핵심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광고가 있을 때 발생한 매출과, 광고가 없었어도 발생했을 매출의 차이는 얼마인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많은 광고비가 자기 자리를 잃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콘텐츠, 커뮤니티, GEO, 오너드 미디어가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20년을 돌아보면 마케팅은 늘 같은 진자 운동을 반복해왔습니다. 측정 가능한 효율이 매력적인 시기와, 측정되지 않는 자산이 결국 이긴 시기가 번갈아 옵니다. 지금은 후자로 기울어지는 변곡점입니다. 검색 광고를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광고가 만든 매출이 아니라, 광고가 만든 증분 매출을 측정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기 시작하면, 다음 분기 예산표는 자연스럽게 다시 그려집니다. 여러분의 광고 계정은, 그 질문 앞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참고 자료
- Blake, T., Nosko, C., & Tadelis, S. (2015). Consumer Heterogeneity and Paid Search Effectiveness: A Large-Scale Field Experiment. Econometrica.
- Triple Whale. (2026). Google Ads Benchmarks by Industry: 2025 Year-in-Review.
- Optmyzr. (2026). Q1 2026 Google Ads Benchmark Report.
- Semrush. (2026). AI Search Traffic Conversion Study.
- Gartner. (2024). The Future of Search: AI-Driven Disruption Forecast.
- Recast. (2025). The Conundrum of Brand Search: Is It Incremental?
- 카너먼, 대니얼.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 보드리야르, 장.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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