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5만이 팔로워 50만보다 비싸진다

구독자 5만이 팔로워 50만보다 비싸진다

몇 해 전, 어느 D2C 브랜드의 마케팅 자문을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에서 3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고, 매월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 오전, 알고리즘이 한 번 바뀌었습니다. 추천 피드의 비중이 늘어나고 팔로우 기반 노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다음 한 달의 매출은 32% 빠졌습니다. 38만이라는 숫자는 그대로였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내던 도달은 사라졌습니다. 이 사건은 한 브랜드의 비극이 아니라, 지난 5년간 모든 마케팅 팀이 마주해온 풍경의 축약본입니다. 우리는 자산이라 부르던 것이 실은 부채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광장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데이터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2026년 현재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평균 오가닉 도달률은 약 7.6%입니다. 페이스북은 더 낮아 2.6~5.9% 수준입니다. 팔로워 100만 명을 가진 계정의 한 게시물이 실제로 닿는 사람은 약 7만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3만 명은 명단에는 있지만 우리 곁에는 없습니다.

Meta는 2025년 10월 추천 엔진을 다시 손봤고, 그 결과 그날 게시한 크리에이터의 릴스가 약 50% 더 많이 노출되도록 조정되었습니다. 동시에 팔로우 기반 노출은 추천 알고리즘 뒤로 밀려났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우리가 따르는 사람들의 광장이 아니라, 플랫폼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큐레이션하는 interest media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것이 우연한 변화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플랫폼의 매출은 광고에서 발생합니다. 브랜드가 무료로 닿을 수 있는 통로가 넓을수록 광고를 살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러므로 디리치(de-reach)는 결함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우리는 알고리즘의 임차인이었다

이 구조를 가렛 하딘은 1968년 『The Tragedy of the Commons』에서 이미 묘사했습니다. 모두에게 열린 공유지는, 모두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순간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됩니다. 소셜 플랫폼이 정확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초기에는 누구나 무료로 청중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몰려들었고,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결국 도달은 희소 자원이 되었습니다. 희소해진 자원은 가격이 매겨지기 시작했고, 그 가격을 지불하는 자만이 남았습니다.

20년을 마케팅 현장에 있으면서 한 가지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면, 임차인은 절대 자산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매달 광고비라는 임대료를 내며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은 임대인입니다. 어느 날 임대인이 이번 달부터 자리를 비워달라 통보해도 임차인은 항의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 깨달음이 늦은 이유는 임대료가 효율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매체비 1원당 매출 8원이 돌아오면, 우리는 그것을 자산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임대료를 내는 순간 멈추는 매출은 자산이 아니라 현금 흐름의 임대에 가깝습니다.

구독자 5만이 팔로워 50만을 이기는 산수

산수를 해보면 충격적일 만큼 단순합니다. 이메일 마케팅의 평균 오픈율은 42.35%, 평균 ROI는 1달러 투입 시 42달러 회수 수준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오가닉 도달률 3.5%와 비교하면, 노출의 효율 자체가 10배 이상입니다.

LTV(Lifetime Value)와 전환율을 곱해 1인당 가치를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평균 LTV가 100달러이고 구독자 중 5%가 구매로 전환된다면, 구독자 한 명의 기대 가치는 약 5달러입니다. 같은 산수를 소셜 팔로워에 적용하면, 도달률과 클릭률, 전환율이 차례로 깎이며 한 사람의 기대 가치는 0.05달러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단순화하면 구독자 1명 ≈ 팔로워 100명입니다. 따라서 구독자 5만은 팔로워 500만에 준하는 자산이라는 결론에 닿습니다.

몇 년 전, 한 가전 브랜드의 자사 톡채널 메시지 캠페인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시즌별 감정 키워드를 반영한 메시지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발송 가이드를 체계화한 결과, 평균 ROAS가 3,000%를 넘겼습니다. 동일 시기에 외부 매체에서 운영한 캠페인의 ROAS는 그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차이의 원인은 콘텐츠가 더 좋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받는 사람이 이미 우리에게 자기 정보를 건넨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시기, 신생 K-뷰티 브랜드의 론칭을 도왔을 때는 무료 전자책을 미끼로 이메일 DB를 모으고, 그 위에 뉴스레터와 1:1 컨설팅을 얹는 단순한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광고비는 거의 들지 않았지만, 6개월 후 매출의 절반 이상이 그 채널에서 나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우리는 광고를 한 것이 아니라, 관계 자산을 적금처럼 쌓고 있었던 것입니다.

머무는 곳에서 관계는 깊어진다

도달의 효율 다음에는 깊이가 옵니다. Discord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2.59억 명, 일평균 체류 시간은 94분에 달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일평균 체류와 비교해도 5배 이상 깊은 시간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적 공간 — Discord 서버, 비공개 그룹, 카카오 오픈채팅 — 의 인게이지먼트율이 공개 피드 대비 3~7배 높다는 사실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이 차이는 자연스럽습니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Influence』에서 정리한 설득의 원리 중 둘이 여기서 작동합니다. 첫째는 Liking입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작은 공간에 더 강한 호감을 느낍니다. 둘째는 Commitment입니다. 어떤 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작은 결정은, 이후 더 큰 행동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사다리의 첫 칸이 됩니다. 팔로우 버튼은 이런 사다리를 만들지 못합니다. 0.3초의 클릭은 헌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Competing Against Luck』에서 Job to be Don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사용자는 제품이나 채널을 고용해 자신의 일을 시킨다는 관점입니다. 같은 관점으로 보면,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고용하는 일과 뉴스레터를 고용하는 일은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은 심심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되고, 뉴스레터는 내가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사람의 생각을 듣기 위해 고용됩니다. 후자는 본질적으로 더 깊은 관계입니다.

이전에 한 D2C 브랜드의 재구매 유도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단발성 구매자를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한 적이 있습니다. 광고가 아니라 체험형 매장 방문 이벤트, 리워드 적립, 그리고 정기적인 큐레이션 메일을 결합한 구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재구매율이 의미 있게 올라갔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탈률 곡선의 기울기 자체가 완만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무를 이유가 있는 곳에서는 사람이 잘 떠나지 않습니다.

마케터의 일이 옮겨가고 있다

20년을 돌아보면, 마케팅의 핵심 단어는 제작에서 운영으로, 다시 관계로 이동해왔습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일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콘텐츠를 어디에 쌓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같은 콘텐츠라도 임대한 광장에 두면 흩어지고, 직접 운영하는 채널에 두면 자산이 됩니다.

이 변화는 마케터의 직무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관계 자산 운영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KPI 보드에 적힌 팔로워 수를 구독자 수와 활성 커뮤니티 멤버 수로 바꿔 적어볼 시점입니다.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을 해볼 때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자산 중에, 임대인이 통보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분의 답이 길지 않다면, 지금이 임차 계약을 정리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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