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링크드인의 최고 프로덕트 책임자 토머 코헨이 한 팟캐스트에서 조용한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2009년부터 운영해 온 APM(Associate Product Manager) 프로그램을 올해 종료하고, 내년 1월부터는 APB(Associate Product Builder)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는 발표였습니다. 새 프로그램에서 신입은 코드를 짜고, 디자인을 하고, PM 일을 동시에 배우게 됩니다. 이름 한 글자가 바뀐 사건이지만, 저는 이 발표를 듣고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주니어 PM이라는 입구가 닫히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변화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라지는 입문 업무
주니어 PM이 직무를 익히던 일들이 있습니다. PRD 초안 잡기, 경쟁사 동향 정리, 사용자 피드백 분류, 스펙 문서 다듬기. 화려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일들을 반복하면서 사용자의 언어와 팀의 언어와 비즈니스의 언어가 머릿속에서 연결됩니다. 이 입문 업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정확히는 AI가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수치는 이미 변화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2026년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 직군에 속한 22-25세의 고용은 2022년 말 이후 13% 감소했고, 같은 연령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20%까지 빠졌습니다. 미국 빅테크 15개사의 신입 채용은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25% 줄었습니다. 흥미로운 통계가 또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의 71%가 “경험 많은 비AI 후보보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신입을 뽑겠다”고 답했습니다. 입구가 좁아진 것이 아닙니다. 입구의 모양이 바뀌고 있습니다.
도제가 사라지면 시니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여기서부터가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PRD를 100번 쓰는 일이 사라지는 것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문제입니다.
교육학자 앨런 콜린스와 존 실리 브라운은 1991년에 인지적 도제(cognitive apprenticeship)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전통적인 장인 도제가 망치질을 보면서 배웠다면, 지식 노동에서는 전문가의 사고 과정을 모방하면서 배운다는 이론입니다. 핵심은 입문 업무가 “단순 작업”이 아니라 “암묵지(tacit knowledge) 학습 통로”라는 점입니다. 화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는 일찍이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썼습니다. 시니어 PM이 가진 판단력의 상당 부분은 PRD를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PRD를 100번 쓰는 동안 몸에 새겨진 무엇입니다.
그렇다면 그 통로가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도제 자체를 다른 형태로 다시 설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습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레인지』에서 학습 환경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친절한 환경(kind environment)은 규칙이 명확하고 피드백이 즉각적인 곳, 체스나 골프가 그렇습니다. 고약한 환경(wicked environment)은 규칙이 모호하고 피드백이 늦으며 상황이 계속 바뀌는 곳, 비즈니스와 의료와 프로덕트가 그렇습니다. 엡스타인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고약한 환경에서는 한 분야의 깊이보다, 영역을 가로지르며 유추하는 제너럴리스트의 폭이 더 잘 작동합니다. 링크드인이 ‘Builder’를 키우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8에서 1:1로, 그리고 ‘Builder’로
전통적인 PM:엔지니어 비율은 1:8이었습니다. 한 명의 기획자가 여덟 명의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전제로, 직무 분업과 협업 프로세스가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 비율이 2026년 들어 1:3에서 1:4로 압축되고 있고, AI 코딩 에이전트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조직에서는 1:1, 심지어 1:2(엔지니어 한 명에 PM 두 명)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옵니다. 프로덕트 리드 얼라이언스의 2026년 조사에서는 프로덕트 전문가의 73.4%가 PM 역할이 더 하이브리드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PM이 디자인을 만지고, PM이 프로토타입 코드를 짜고, PM이 데이터 분석을 직접 한다는 것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이 변화를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습니다. 10년 가까이 전, 첫 직장이 여덟 명짜리 작은 핀테크 팀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PM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와이어프레임을 직접 그리고, SQL을 짜서 코호트 분석을 돌리고, 테스트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가끔은 운영 매뉴얼까지 정리했습니다. 그때는 ‘풀스택 기획자’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작은 팀에서는 그게 그냥 기본값이었으니까요. 그 시절에 만들어진 어떤 직관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의 분포를 보면 실험 가설이 달라지고, 모듈 하나의 응답 시간을 알면 화면 설계가 달라진다는 감각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링크드인이 키우려는 ‘Builder’가 그 시절 작은 팀의 기획자와 닮은 꼴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손으로 했던 일을 AI가 함께 해준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이 변화 앞에서 두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입문하는 사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조직은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입문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PRD를 잘 쓰는 능력보다 AI가 쓴 PRD를 검수하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무엇이 빠졌는지, 무엇이 과한지, 어떤 가정이 위험한지를 짚어내는 눈이 차별성이 됩니다. 둘째, 작은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쌓아야 합니다. 커서, 클로드 코드, v0 같은 도구가 진입 장벽을 거의 없앴습니다. 셋째, 한 도메인의 깊이보다 도메인을 가로지르며 패턴을 발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고약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무기는 유추 능력입니다.
조직과 시니어에게는 더 무거운 질문이 남습니다. 도제가 자연 발생하지 않는 환경에서, 시니어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더 이상 “PRD 100번 쓰면서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모델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학습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주니어가 AI 결과물을 검수하고 결정하는 경험을 일부러 만들어주는 것, 실패가 가능한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 의사결정의 맥락을 공유하는 회고 시스템을 두는 것. 이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제의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입구가 닫히는 것이 아니라, 입구의 모양이 바뀌는 것
주니어 PM이라는 전통적인 입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Builder’라는 다른 입구가 열리고 있습니다. 변하는 것은 통과 조건이지, 가능성 자체는 아닙니다. PRD 한 장을 잘 쓰는 능력으로 입직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작은 것 하나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으로 입직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PM이라는 직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진짜로 가르쳐 왔는가. 무엇을 가르치지 않고도 익혀지길 기대해 왔는가. 그리고 그 “익혀짐”이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무엇을 의도적으로 채워 넣을 것인가. 답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몫입니다. 함께 풀어갑시다.
참고 자료
- 토머 코헨(Tomer Cohen, LinkedIn CPO), Lenny’s Podcast 인터뷰, 2026 — APM 프로그램 종료 및 APB 전환 발표
- David Epstein, 『Range: Why Generalists Triumph in a Specialized World』, Riverhead Books, 2019
- Allan Collins, John Seely Brown, Susan E. Newman, “Cognitive Apprenticeship: Teaching the Crafts of Reading, Writing, and Mathematics”, 1991
- Michael Polanyi, 『The Tacit Dimensi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6
- Fortune, “AI won’t kill your job — it will kill the path to your first one”, 2026-04-29 (예일대 경영대학원 분석 인용)
- Product Led Alliance, “The Future of Product Management is Generalist?”, 2026 — PM 역할 하이브리드화 73.4% 응답
- Allstacks, “Rethinking the PM-to-Engineer Ratio for the AI Era”,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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