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팀의 리더십 워크숍을 설계하던 중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참가자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던 한 구성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팀장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일하고 싶어요.” 주변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세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리더가 되기 싫다는 이야기가 조직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요즘 세대는 책임을 회피한다”로 읽는다면, 우리는 중요한 신호를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로버트 월터스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직장인의 72%가 중간 관리자가 되느니 개별 기여자로 남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현상은 이제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의식적 탈관리, 영어로는 ‘Conscious Unbossing’이라 부릅니다. 단순한 유행어가 아닙니다. DDI의 Global Leadership Forecast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HR 전문가의 80%가 자사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에 자신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조직은 여전히 과거의 승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왜 이들은 리더를 거부할까요. 이유는 의외로 명쾌합니다. 관리직에 올라간 선배들이 겪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DDI의 같은 조사에서 리더의 71%가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40%는 웰빙을 위해 리더 역할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트레스는 높고, 보상은 비례하지 않으며, 개인의 시간은 사라집니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세대에게 이 방정식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거부의 이면에 있는 것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들이 거부하는 것은 정말 ‘리더십’ 그 자체일까요.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인간의 내재적 동기를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자율성, 역량, 관계성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능력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며, 의미 있는 관계 안에 있을 때 가장 강하게 동기부여됩니다. 다니엘 핑크는 『드라이브』에서 이를 자율성(Autonomy), 숙련(Mastery), 목적(Purpose)이라는 프레임으로 확장했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관리직을 거부하는 이유를 이 프레임에 비춰보면 선명해집니다. 전통적인 중간 관리자 역할은 자율성을 제한하고, 숙련보다는 조율에 시간을 쏟게 하며, 개인의 목적의식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거부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리 업무입니다.
실제로 딜로이트의 Global Gen Z and Millennial Survey 2025는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줍니다. Z세대의 59%는 관리자가 지도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3%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좋은 리더십을 갈망하면서도, 현재의 리더십 모델에는 자신을 투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리더십의 원형을 다시 묻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합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프레데릭 라루는 『Reinventing Organizations』에서 조직의 진화 단계를 색깔로 구분하며, 가장 진화된 형태인 틸 조직(Teal)을 제안했습니다. 틸 조직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자기경영(Self-management), 전인성(Wholeness), 진화하는 목적(Evolutionary Purpose). 여기서 리더십은 직급이 아니라 역할이 되고, 의사결정은 위계가 아니라 맥락에 따라 분산됩니다.
라루의 틀이 모든 조직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질문은 유효합니다. “리더십이 반드시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기술적 리더십, 프로젝트 리더십, 멘토링 리더십 등 리더십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여전히 사람 관리 = 리더십이라는 단일 경로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한 테크 기업에서 HRBP로 일하던 시절,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뛰어난 엔지니어가 팀 리드로 승진한 후 오히려 성과가 떨어지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코드 리뷰와 아키텍처 설계에 몰입하던 사람에게 1:1 미팅과 평가 면담의 비중을 높이니, 그가 잘하는 일을 할 시간이 줄어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기술 리더십과 피플 리더십을 분리하는 듀얼 트랙을 시범 도입했고, 그제야 “승진했는데 왜 더 힘들어졌는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이 재설계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합니다.
경력 경로의 복선화
리더십으로 가는 길이 ‘사람 관리’라는 단일 차선일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 전문가 트랙, 프로젝트 리더 트랙, 코칭 리더 트랙 등 다양한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전에 한 조직에서 주니어 리텐션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3년 차 전후로 이탈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패턴을 발견하고, 커리어 패스 자가진단 도구와 함께 승진이 아닌 성장의 방향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인식이 리텐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리더 역할의 재정의
관리자의 업무 중 실제로 ‘리더십’에 해당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상당 부분이 행정, 보고, 조율에 소비됩니다. 조직이 관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정리하고, 행정적 부담을 시스템으로 흡수한 뒤 리더의 본질적 역할인 방향 설정, 의사결정, 구성원 성장 지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리더십 경험의 점진적 노출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되는 구조는 리더가 되는 것을 더 두렵게 만듭니다. 프로젝트 리딩, 온보딩 버디, 주니어 멘토링 등 부분적인 리더십 경험을 먼저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리더십을 직급이 아니라 경험으로 접근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기효능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결론
조직문화는 정원과 같습니다. 새로운 세대라는 씨앗이 뿌려졌는데, 토양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리더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리더십을 너무 좁게 정의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
에드가 샤인은 조직문화를 “집단이 외부 적응과 내부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학습한 공유된 기본 가정의 패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학습은 명확합니다. 리더십의 정의를 확장하고, 경로를 다양화하며, 리더라는 역할이 자기 성장과 충돌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방향이 맞다면, 뿌리는 반드시 내립니다.
참고 자료
- Robert Walters, “Conscious Unbossing: 52% of Gen-Z Professionals Don’t Want to Be Middle Managers” (2024)
- DDI, Global Leadership Forecast 2025 — 10,796명의 리더와 2,185명의 HR 전문가 대상 글로벌 리서치
- Deloitte, Global Gen Z and Millennial Survey 2025
- 다니엘 핑크, 『드라이브: 창의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2009)
- 프레데릭 라루, 『Reinventing Organizations』 (2014)
- 에드워드 데시 & 리처드 라이언,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 에드가 샤인, 『조직문화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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