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예산을 늘리는 팀이 더 빨리 무너진다

하반기 예산을 늘리는 팀이 더 빨리 무너진다

5월의 마케팅 회의실에는 묘한 긴장이 흐릅니다. 상반기 결산 자료가 책상에 놓이고, 누군가는 KPI 미달의 원인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팀이 같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하반기에는 예산을 늘려서 회복하자. 광고비를 더 붓고, 채널을 추가하고, 신규 캠페인을 강행합니다. 20년간 이 풍경을 지켜본 저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상반기 KPI를 미달한 팀이 하반기에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결정은, 회복이 가장 늦어지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역설의 구조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같은 패턴이 매년 반복된다

5월부터 6월까지는 대부분의 마케팅 조직이 하반기 전략을 재편성하는 시즌입니다. 이 시기에 미달한 팀이 보이는 행동은 놀라우리만치 일관됩니다.

첫째, 예산 증액 요청입니다. “이번 분기 ROAS가 떨어진 건 노출 부족 때문이다”라는 진단과 함께, 하반기 예산을 상향 조정해달라는 요청서가 올라옵니다. 진단은 빠르고, 결론은 익숙하며, 의사결정은 쉽습니다.

둘째, 채널 다변화입니다. Meta가 부진하면 TikTok을 추가하고, 검색 광고가 떨어지면 디스플레이 캠페인을 늘립니다. 채널을 늘리면 어딘가에서는 회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위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집니다.

셋째, 신규 캠페인 강행입니다. 기존에 운영하던 캠페인은 그대로 둔 채, 새 시즌 콘셉트를 얹어 추가 예산을 투입합니다. 이미 작동하지 않던 캠페인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부담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 세 가지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인 회복 전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한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출발합니다. 손실을 만회하고 싶다는 감정적 충동입니다.

손실은 합리적 판단을 흐린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79년 Econometrica에 발표한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에서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을 정량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같은 크기의 이득과 손실 중, 손실의 심리적 무게는 약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이 그들의 관찰이었습니다.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두 배 가깝게 크다는 뜻입니다.

이 비대칭은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카너먼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실 영역에 들어선 사람은 위험 회피적이 아니라 위험 추구적으로 변합니다. 이미 손실 중인 상황에서 “조금만 더 투자하면 회복될 것”이라는 도박적 판단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지요. 마케팅 회의실에서 “예산을 늘려야 회복된다”는 발언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합의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편향이 결합됩니다. 1985년 할 아크스와 캐서린 블루머는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발표한 “The Psychology of Sunk Cost”에서 매몰비용 함정의 심리적 구조를 실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들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이전에 투자한 비용이 언급되었을 때 응답자의 85%가 실패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계속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매몰비용 정보만 제거하면 그 비율은 10%로 떨어졌습니다. 동일한 미래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단지 과거 지출을 인식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상반기에 쓴 광고비는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입니다. 합리적으로는 미래 기대값만으로 의사결정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마케터의 머릿속에서 그 금액은 여전히 “회복해야 할 손실”로 남아 있습니다. 손실 회피와 매몰비용이 결합되는 순간, “더 쓰면 회복된다”는 환상은 합리성을 압도합니다.

채널을 늘리는 것이 회복은 아니다

채널 다변화도 같은 심리적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단일 채널에서의 손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채널을 추가해 손실을 분산시키려는 시도이지요. 그러나 마케팅 효과 연구의 권위자 레스 비넷과 피터 필드는 The Long and the Short of It(2013)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비넷과 필드는 30년에 걸친 996건의 IPA 효과성 어워드 데이터를 분석해,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성장한 브랜드들이 일정한 예산 배분 원칙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브랜드 빌딩에 약 60%, 세일즈 액티베이션에 약 40%를 배분하는 이른바 60/40 원칙입니다. 핵심은 비율 자체가 아니라, 단기 성과 압박 속에서도 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는다는 태도입니다.

상반기 KPI를 미달한 팀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무엇일까요. 대부분 브랜드 캠페인이고, 가장 먼저 늘리는 것은 단기 전환 광고입니다. 비넷과 필드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가격 탄력성과 신규 유입 자산을 잠식하는 결정입니다. 회복은커녕 다음 분기의 KPI 미달까지 예약하는 셈입니다.

물론 60/40은 절대적인 공식이 아닙니다. 산업과 시장 성숙도에 따라 50/50, 54/46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는 것을 비넷과 필드 자신도 Effectiveness in Context(2018)에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메시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손실 회복의 압박이 클수록 예산 배분의 균형은 가장 먼저 무너지고, 그 무너짐은 회복을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지연시킨다는 것입니다.

회복은 멈추는 결정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미달한 팀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얻은 원칙 하나는 분명합니다. 회복은 늘리는 결정이 아니라 멈추는 결정에서 시작됩니다.

몇 년 전, 온라인 교육 서비스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맡았던 시절의 일입니다. 분기 중반 ROAS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팀의 첫 반응은 예산 증액 검토였습니다. 매체별 CPC는 이미 한계까지 올라 있었고, “노출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회의실의 기본값이었습니다. 그러나 광고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진짜 문제는 노출이 아니었습니다. 광고 소재가 약속한 메시지와 랜딩 페이지가 보여주는 경험 사이의 불일치가 전환율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새 예산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캠페인을 일단 멈추고 메시지 정합성부터 재정비한 것이었습니다. PC와 모바일 각각에 맞는 소재로 A/B 테스트를 다시 설계하고, 미디어믹스를 재구성한 뒤에야 ROAS가 의미 있게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경험은 헬스케어 도메인에서였습니다. DB 수집 구조 자체가 시장의 이용 행태와 맞지 않았는데, 팀은 광고비를 늘려가며 성과를 끌어올리려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결국 한 일은 광고 예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화 상담 중심의 DB 수집 구조를 양식 제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산을 더 쓴 것이 아니라, 다르게 쓴 것입니다. 그 결과 DB 유입률은 전월 대비 약 150%, 월 최대 270%까지 회복되었습니다.

두 경험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회복은 진단의 갱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상반기에 세웠던 가설을 하반기에도 그대로 들고 가는 한, 더 많은 예산은 같은 가설을 더 비싸게 재검증하는 비용일 뿐입니다.

실무적으로 말하자면, 미달한 분기의 회복 전략은 다음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진단합니다. 상반기 가설 중 무엇이 데이터로 반증되었는지를 먼저 정리합니다. 이 단계 없이 예산을 논의하면 매몰비용 함정에 그대로 빠집니다.

둘째, 멈출 캠페인을 먼저 정합니다. 손실 영역에서는 정지 결정이 가장 큰 심리적 비용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회복은 새 투입이 아니라 비효율의 차단에서 나옵니다. “지난 분기에 들인 비용이 아깝다”는 감정은 멈추는 순간 사라지지 않지만, 의사결정에서는 분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장기 자산을 지키는 비율을 재확인합니다. 단기 회복 압박에 브랜드 빌딩 예산을 통째로 옮기지 않습니다. 회복은 다음 분기까지 가는 게임이고, 브랜드 자산은 그다음 분기를 결정합니다.

넷째, 채널을 추가하기 전에 구조를 의심합니다. 새 채널이 정답인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대개는 같은 채널 안에서 메시지, 랜딩, 전환 구조가 맞지 않아 새는 곳이 있습니다. 새 채널은 이 누수를 더 비싸게 복제할 뿐입니다.

결론

마케터의 진짜 용기는 새로운 예산을 따내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작동하지 않는 캠페인을 멈추고, 어제의 가설을 폐기하고,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하는 결정에서 나옵니다. 카너먼이 보여준 손실 회피, 아크스가 입증한 매몰비용, 비넷과 필드가 정량화한 장기 자산의 가치는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회복은 더 많이 쓰는 데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월의 회의실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예산을 늘리는 결정이 아닙니다. 상반기의 가설을 내려놓는 결정입니다.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팀이 하반기를 회복합니다.

여러분의 팀은 지금 어떤 결정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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