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스타 지표를 매출로 잡으면 안 된다

노스스타 지표를 매출로 잡으면 안 된다

제품의 핵심 지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요. 많은 팀이 대시보드 맨 위에 매출이나 누적 가입자 수를 올립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품의 노스스타 지표를 매출로 잡으면 안 됩니다. 매출은 사용자가 가치를 받은 다음에야 따라오는 후행 지표이고, 누적 가입자 수처럼 올라가기만 하는 숫자는 허영 지표에 가깝습니다. 좋은 제품 지표는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용자 행동, 즉 선행 지표여야 합니다. 지표를 잘못 고르면 팀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엉뚱한 방향으로 달립니다.

매출은 왜 좋은 지표가 아닐까

오해부터 풀겠습니다. 매출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매출은 제품이 만든 가치의 결과이지, 그 가치를 만드는 원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표에는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가 있습니다. 후행 지표는 이미 일어난 일을 확인해주고, 선행 지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줍니다. 매출과 분기 매출 성장률은 전형적인 후행 지표입니다. 숫자가 떨어진 걸 본 시점에는 이미 사용자가 떠난 뒤죠.

여기에 한 가지 함정이 더 있습니다. 허영 지표입니다. 린 스타트업을 쓴 에릭 리스는 허영 지표를 “기분은 좋게 하지만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숫자”라고 정의했습니다. 누적 다운로드, 총 가입자 수, 페이지뷰 같은 숫자가 대표적입니다. 이 숫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직 위로만 올라가고, 왜 움직였는지 말해주지 않으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가리키지 않습니다. 리스는 그래서 행동 가능한 지표만이 의미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제시한 기준이 세 가지 A, 즉 행동 가능성과 접근 가능성, 그리고 감사 가능성입니다.

허영 지표행동 가능한 지표
누적 가입자 수이번 주 재방문한 사용자 비율
총 다운로드가입 후 첫 핵심 행동까지의 전환율
월 매출 총액코호트별 30일 리텐션
페이지뷰사용자당 핵심 기능 사용 빈도

표의 오른쪽 숫자들은 떨어지면 “왜?”라는 질문과 “무엇을 바꿀까?”라는 행동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좋은 지표의 조건은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다음 행동을 가리키느냐입니다.

노스스타 지표가 가리키는 것

그렇다면 무엇을 맨 위에 둬야 할까요. 그로스 해킹이라는 말을 만든 션 엘리스가 제안하고 분석 도구 앰플리튜드가 체계화한 개념이 노스스타 지표입니다. 노스스타 지표는 우리 제품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핵심 가치를 하나의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정의가 분명합니다. 노스스타는 매출 목표가 아니고, 허영 지표가 아니며, 후행 지표가 아닙니다.

좋은 노스스타에는 세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첫째, 사용자가 무엇을 하는지를 측정합니다. 회사가 얼마를 버는지가 아니라요. 둘째, 자주 움직입니다. 매일 혹은 매주, 거래마다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프로덕트 팀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음원 서비스라면 매출이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음악을 들은 시간”이, 숙박 예약 서비스라면 “예약이 성사된 박수”가 노스스타에 가깝습니다. 이런 행동이 쌓이면 매출은 뒤따라옵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안 됩니다. 가치가 먼저고, 매출은 그 그림자입니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여기서부터가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좋은 지표를 골랐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지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1975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떤 측정값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좋은 측정값이기를 멈춘다.” 굿하트 법칙입니다. 비슷한 경고로 사회과학자 도널드 캠벨의 법칙도 있는데, 닐슨노먼그룹은 이를 지표 집착의 어두운 면이라 부릅니다. 하나의 숫자를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사람들은 그 숫자를 올리는 데만 매달리고 정작 그 숫자가 대변하던 현실은 방치하거나 망가뜨린다는 것입니다.

심리학도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외적인 목표와 보상은 일 자체에서 오는 내적 동기를 밀어냅니다. 강한 목표 숫자가 걸리면 사람의 초점은 일에서 숫자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단일 지표를 채찍처럼 쓰는 순간, 팀은 지표를 게이밍하기 시작합니다. 숫자만 올리고 실제 가치는 그대로인 상태죠. 출시한 기능 개수를 성과로 측정할 때 제품이 빌드 트랩에 빠지는 것도 로드맵을 그릴수록 제품이 늦어진다에서 짚은 같은 현상입니다. 노스스타 지표 하나만 외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표는 팀을 다그치는 목표가 아니라, 제품의 건강을 진단하는 신호로 다뤄야 합니다.

실제로, 매출이라는 숫자만 보던 날들

솔직한 회고를 하나 하겠습니다. 예전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서비스의 데이터를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한 지점의 매출이 유독 부진했고, 처음 저는 “매출이 낮다”는 그 한 숫자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할인을 더 할까, 광고를 더 돌릴까. 매출이라는 후행 지표만 보니 떠오르는 처방도 죄다 단기 자극뿐이었습니다.

관점을 바꿔 매출이라는 숫자를 쪼개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지점의 결제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표준화하고, 매출 대신 리텐션율과 충전 단가 구조를 나란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러자 진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그 지점은 소액 충전에만 편중돼 있었고, 한 번 쓰고 다시 오지 않는 사용자가 많았습니다. 매출이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재방문과 객단가라는 선행 지표가 무너져 있던 것이 원인이었죠. 그래서 일정 금액 이상 충전에 혜택을 주는 안을 코호트 기반 A/B 테스트로 검증했고, 충전 단가 구조가 바뀌자 매출은 뒤따라 회복됐습니다. 그때 배웠습니다. 매출이라는 결과 숫자 하나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것을 만드는 행동 지표로 쪼개야 비로소 무엇을 할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지표를 봐야 하는가

같이 한 단계씩 정리해보겠습니다. 핵심은 지표를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나무처럼 세우는 것입니다.

  1. 노스스타를 맨 위에 둡니다. 사용자가 받는 핵심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적고, 그것을 측정할 행동 지표 하나를 고릅니다. “이 숫자가 오르면 사용자가 정말 가치를 얻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한 문장을 도출하는 일은 좋은 PRD는 기능부터 쓰지 않는다에서 다룬 결과 우선 사고와 같은 출발점을 씁니다.
  2. 그 아래에 선행 지표를 답니다. 흔히 쓰는 AARRR, 즉 획득과 활성화, 리텐션, 추천, 매출 단계를 입력 지표로 펼칩니다. 이 선행 지표들이 오르면 노스스타도 따라 올라야 합니다.
  3. 한 번에 하나의 지표에 집중합니다. 린 분석의 저자들은 이를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지표라고 부릅니다. 지금 이 단계에서 제품의 발목을 잡는 한 지표를 골라, 그것만 일정 기간 끈질기게 움직입니다.

행동 가능한 지표는 작은 변화로도 분명한 신호를 줍니다. 실제로 결제 흐름을 단순화해 묶음 결제 옵션을 설계했더니 수납 완료율이 12%p 오른 경험이 있는데, 이런 숫자는 떨어지면 곧장 “흐름 어디가 막혔나”라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매출 총액이라는 숫자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해상도입니다.

결론

제품 지표는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입니다. 그러니 대시보드 맨 위 칸을 채우기 전에 잠깐 멈춰보세요. 거기에 매출이나 누적 가입자 수가 올라가 있다면, 작은 실험 하나를 제안합니다. 그 숫자 아래에 “사용자가 가치를 받았다면 어떤 행동이 늘어날까”를 한 줄 적고, 그 행동을 새 노스스타 후보로 세워보는 겁니다. 결국 좋은 제품은 가장 큰 숫자를 좇은 팀이 아니라, 사용자의 가치를 가장 정직하게 가리키는 숫자를 끝까지 본 팀에서 나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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